스승의 이름으로 장학금 기부한 제자
제자가 고인이 된 스승을 잊지 못해 스승 이름으로 모교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.
![](https://i0.wp.com/news.hankyung.com/nas_photo/201511/01.10933789.1.jpg?w=980)
울산 남구에 있는 진동시스템업체인 신호이앤티의 이소환 대표(47)는 2012년 4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55세의 일기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스승 양보석 교수(부경대 기계자동차공학과)를 기리기 위해 장학금 6000만원을 30일 부경대에 기부했다.
이 대표는 ‘양보석 장학금’이라는 명칭으로 후배들에게 학기마다 600만원씩 5년간 지원해줄 것을 학교 측에 부탁했다. 양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“교수님 이름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으면 해서 기부하게 됐다”고 밝혔다.
1985년 부경대에 부임한 양 교수는 다소 생소한 학문인 ‘기계진동’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과학자다. 기계 건강상태의 진단과 예측에 대한 그의 연구논문들은 산업계에서 기계설비 결함으로 생기는 막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어 그의 사후에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부경대는 설명했다.
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 10명을 뽑는 ‘올해의 지식창조대상’에는 이미 고인이 된 그가 명단에 포함됐을 정도였다. 양 교수의 논문이 세계 최상위권 논문(분야별 상위 1%) 가운데 인용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.
이 대표는 “교수님의 진동공학은 정말 배우기 어려운 과목이었다”며 “교수님의 강의노트는 해마다 바뀌었을 뿐 아니라 수업은 엄하게 진행됐고 시험도 매우 어려웠다”고 말했다. 그는 “그래도 제자들과 회식할 때는 사모님과 자제분들까지 함께할 정도로 우리를 가족처럼 사랑해주셨다”고 전했다.
이 대표는 전공을 살려 2004년 신호이앤티를 설립, 국내에서 기계진동 분석분야를 선도하며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.
그는 “우리 제자들이 기계진동 분야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사는 것도 모두 교수님 덕분”이라면서 “일찍 가신 교수님을 생각하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그분의 열정과 사랑을 본받고 그리워하기로 했다”고 말했다.
부산=김태현 기자 hyun@hankyung.com
출처 : http://www.hankyung.com/news/app/newsview.php?aid=2015113053281